내 생에 가장 따뜻했던 겨울


 1980년도 중반, 아득히 오래된 일도 아닌 그 해 겨울은  지금보다 더 큰 감동이 잔잔히 물드는 내 생에 있어 가장 따뜻했던 잊혀지지 않는 겨울이었다.


 내가 직업군인 생활을 하던 유난히 길기만 했던 당시의 겨울, 그 땐 바람이 차가울수록 집안의 온기는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연통의 연기처럼 방 안에서 새록새록 자라고 있었던 시절이었다.

찬바람이 몹시도 불어오는 12월부터 2월까지 두툼한 외투 하나로 목을 감싸면 아무리 추운 날씨에도 심장이 숨 쉬는 따뜻한 소리 까지도 느낄 수 있었던 정감 있는 시절이 있었다.


11월이 지나고 12월인 겨울의 초입에 서서 하늘을 가끔 올려다보면, 어느덧 하얀 눈발이 세상위에 나래 짓을 하면서 수를 놓고, 수를 놓으며 떨어지는 하얀 눈을 맞으며 한 없이 아름다운 세상에서 꿈꾸었던 한 때 젊은 날의 나의 초상들은 주마등처럼 희미하게 남아 평생을 두고 꺼지지 않을 것이다.


 고달프지만 결코 고프다 하지 못 할 만큼의 평화로움이 온 세상을 덮고, 그 위에서 꿈틀거리는 생의 욕망과 숨소리는 하늘을 날며 낭만과 더불어 정갈한 삶의 애착을 느끼기도 하였었다.


 연탄 200장정도 판자로 만든 광속에 채워 놓고, 동네 주변에 있는 밭에 나가 배추 50포기를 사면 다소 품질이 떨어지는 50포기가량의 배추도 덤으로 얻어 오면, 설레임 이라는 특별한 양념을 넣어 정성들여 만든 김장 김치, 다소곳이 파묻은 두 세 개의 항아리에 가득 채우고 나면 더 이상 겨울에 대한 걱정이나 근심은 하나도 없었던 그 시절, 지금에 와서 생각  해보면 몸과 마음이 생에 있어 가장 평화로웠던 시절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에 마냥 그 때가 그립기만 하다.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김이 모락모락 나는 들통이 하루의 여독을 푸는데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그 책임과 의무를 다해 왔지 않았던가..... 반 포기씩 잘라 담가 놓은 김장김치를 꺼내 돼지고기 몇 점을 넣고도 천하일품인 김치찌개도 만들어 낼 수 있었고, 입 속에서 살 살 녹는 그 것 하나만으로도 행복해 하며 살아 갈 수 있었던 지난 날 들은 지금은 그 어디에서도 찾아 볼 수가 없다.


 그 누구에게나 한 번 쯤은 있을만한 지난 시간 속에 잠이 들어버린 추억과 그리움, 현실에 있는 자기 자신의 모습을 생각해 보면 불만족스러운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을 하고 있는 사람도 있겠지만 먼 훗날, 지금을 돌이켜 생각을 한다면 지금이 바로 인생에 있어 가장 소중하고 아름다운 행복의 세월이었음을 느끼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오늘의 부족함으로 내일을 채우고, 내일의 부족함으로도 성내거나 노여워하지 않는, 내 삶의 겨울이라는 길목의 초입에 서서 다시 한 번 다짐하며 그 다짐이 헛되지 않기를 내 자신과 약속 하게 한다.



                                                                                           글/錦袍  권영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