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이역 錦袍 권영의 영동선 기차를 타고 가다 해가 저물면 잡초만이 우거진 인적 없는 간이역이어도 좋다
    무작정 달려온 기찻길에 가을에 이별했던 그 사람을 만나면 그대도 나처럼 종착역까지 가는 길은 멀기만 하다
    오랜 시간 머물렀던 이 없는 유리창 깨진 텅 빈 대합실엔 시골 어느 작은 소녀가 그리고 갔을 알프스 소녀 하이디 그림도 내가 그린 것이 아니라도 좋다
    긴 생머리 바람에 날려 어깨를 묻는 그대하나만 있으면 되는데 구석진 대합실 모퉁이 거미 두 마리 꽁꽁묶은 하얀 줄로 집을 짓고 있어도 난 모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