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치

                             엄원용

진외갓집 가는 길에

아버지가 저만치 앞서 가시면

어머니가 그 뒤를 부지런히 따라가시고

어머니 뒤를 내가 졸랑졸랑 따라갔다.

영근 수수이삭 밭두렁을 지나는데

올해도 작황이 좋겠지요?

어머니의 작은 목소리에도

아버지는 곧잘 들리시는지

아무렴 노력을 했으니께 잘 거두겠지

농사꾼 아버지의 목소리가

나에게는 너무나 당당하게 들렸다.

어느새 개울가에 다다랐는데

아버지는 벌써 물살 중간쯤 건너가시고

울고 서 있는 나에게

어머니 조용히 엎으라고 등을 내미셨다.

2011. 10.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