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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단보도에 펼쳐진 인생무대
詩 / 香爐 선 중 관
빨간 신호등이 켜지고
횡단보도 바로 앞에 차를 멈춰 서게 될 때
난 기분이 묘해진다.
우르르 길을 건너는 사람들.
한 사람도 닮은 데가 없는
각양각색의 사람들.
차창밖에 비춰지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삶의 진지함을 느낀다.
땅을 보고 걷는 사람
하늘을 보고 걷는 사람
앞을 주시하며 당당히 걷는 사람
어깨에 힘이 빠진 사람
목에 힘을 주고 거드름을 피우는 사람
근심과 수심이 가득한 사람
밝고 명랑한 사람
걸친 옷과 꾸밈새가 각자 다르고
성격과 취미가 다른데
저들이 모여 이 아름다운 사회를 만들다니
그 조화가 신비롭다.
차를 몰고 도심의 도로를 달리다
간혹 만나게 되는 인생무대.
빨간 신호등 대기 동안
일 이분 펼쳐지는 횡단보도의 인생무대는
삶의 진지함이 숨김없이 연출된다.
그 어느 소극장 공연보다도 아름다운
우리들 인생 이야기.
각색되지 않은 연극.
月刊『文學空間』2001년 6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