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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마를 캐며
홀뫼 이근모
오늘은 호미로 고구마 캐는 날
흙이랑이 쩍쩍 갈라지며
고구마가 가득 박혀있다
바구니에 담아 부려놓으니
시뻘건 고구마가 뜰 위에 가득하다
흙의 은혜로움에 다시 한 번 머리 조아려보는 수확
호미 끝에 고구마를 캐고 있는데
개발지역 인허가 나왔다며
굉음을 울리는 굴삭기가
옆에서 흙을 파헤치고 있다
앵앵거리는 전기톱 소리에
앞산 왕소나무 밭이 쓰러져가고
호미 끝 흙 한줌이
이렇게나 소중하게 값진 것을
끝없는 건축물 개발들이
흙의 말살정책을 펴고 있다
나무 중에 왕 소나무이듯이
호박이 넝쿨의 왕 열매라면
고구마는 땅속 구근의 왕
날마다 훼손되는 이땅 위에
삼천리강산 왕들이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