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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초 여인 이야기
홀뫼 이근모
한국춘란韓國春蘭 자생지 그 산촌에
가난한 아낙네가 살고 있었습니다
손 모은 병간호 보람도 없이
병든 남편을 일찍 여의어 보내고
궂은 자리 어린 자식들을 길러내며
왕대 숲 울타리 속에 오두막 하나 숨겨
땅 꺼지게 살아가는 아낙네가 있었습니다
동네사람 모두 연탄을 때며 살 때
그녀만은 할 수 없이 뒷동산 나무 단을
대숲 구멍으로 숨겨 굴려와
끼니때마다 가난한 굴뚝연기 피워 올리며 서럽게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애증으로 타 들어가는 부지깽이 불꽃을
가난을 씻어내는 구정물통에 담가 끄며
부뚜막 두들겨 서러움을 말할 때
산채 길에 들른 한 애란인 아저씨가
냉수 한 그릇 얻어먹자며 찾아 들어 왔습니다
가난한 아낙에게 애란愛蘭인 아저씨는
한국춘란 변이 종 캐는 산채 방법을 가르쳐 주며
뒷동산에 흐드러진 난초나 캐며 살라 말해줬습니다
그리하여 난초 여인이 돼버린 그녀는
한주일 내내 변이 종 난만을 캐다 모아놓고
애란인 아저씨를 애타게 기다리며 살았습니다
주마다 달마다 석삼년을
애란인 선배 아저씨에게 난초를 팔아
자녀를 대학까지 가르치며 살았습니다
난초 밭에 늙어 꼬부랑 할머니가 돼버린 그 난초 여인은
한국춘란 동산이 너무너무 고마워
날마다 머리 조아려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렇게 가르친 그 아들이 명성 높은 박사가 되어
지금 훌륭한 대학 교수로 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