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월의 마지막 밤
시 / 향로 선 중 관
시월이 사람들의 기억에서
특별한 것은
시월의 마지막 밤이 있기 때문이다
시월의 마지막 밤은
저마다 사랑의 절정에서
빨갛게 불을 태우고
까맣게 재만 남는 밤
사랑을 아직 끝내지 못한 자들은
사랑을 어서 재촉하여라
이제
시월의 마지막 밤이 지나면 겨울이 성큼 다가와
흰 눈을 뿌리겠지
그때엔
그토록 몸부림치던 가을의 현란함도
하얀 눈보라 속에 묻히고
우리의 고단한 영혼은 잠시 안식을 찾아야지….
시월의 마지막 밤은 이처럼
그리움으로 몸부림치던 계절을
갈무리하는 밤.
한국공간시인협회 사화 제15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