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의 밤 錦袍 권영의 전등불도 밝다 타고나면 사그라지는 촛불도 어디인가 한 번도 만난 적 없어도 그를 내가 안다 아는 순간 가슴보다 더 중요 한 게 있기는 있는가 보다 생각 했다 심방에 박혀 끓어오르던 머리가 살아 있어야 시를 쓰던 수필을 쓰던 소설 속에 허덕거리는 삶을 이야기 할 것이 아닌가 기형도 시인도 그랬고 권 시인도 그랬다 순간순간 넘어가는 고비의 사막에 서서 아직 외쳐 부르지 못 한 한 마디 마디마디 마다 외치고 싶은 삶의 수채화는 얼룩진다 사람으로 태어나 뜨거운 심장에 거적을 두르고 불길 속에 사라지는 두려움은 누구에게나 있다 불로 태어나 꺼져가고 사람으로 태어나 나신이 되는 것은 두렵지 않으나 손 때 뭍은 육필집이 말한다 촛불 앞에 유고집이 되지 않기를 이불처럼 밤을 끌어 덮고 밤을 위한 촛불을 남겨 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