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빛 그대 가슴에 한 그루 나무가 되어

비가 오면 빗물 속으로 달려가고 싶어 했습니다.
그래서 우산도 없이 비를 맞으며 거리를 거닐어 보기도 했습니다.
서천에 노을이 빨갛게 물들다가 자줏빛으로 얼룩이 질 때
멀리서 타오르는 석양을 가슴에 넣고 싶어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인가, 내가 중학교 때 
크게 벌어진 입속으로 석양이 들어왔습니다.
가슴속 뜨거운 전율과 함께 '헉" 하는 외마디 감동에 아직도
노을을 보면 눈물이 날 것 같습니다.
해도 지면 어설픈 사연 하나 앉고 잠이 듭니다.
아침 해가 떠 오늘 때
지난날의 잔상을 벗기 위해 그 얼마나 힘겨운 언덕을 넘어 오던가!
가물가물 거리는 잔상은 지난 날 기억하고 싶지 않은 때 묻은 자신의 
모습일 것 입니다.
사람은 우주를 닮아 갑니다.
해와 달과 별을 닮아 때론 뜨거우며, 때론 냉정하며, 때론 별처럼 
모 난 것이 사람의 마음이며 그 마음이 삶을 만들어 가기도 합니다.
내 생에 가장 아름다운 것은, 물질도 아니며 명예도 아닌 것을
단지, 내가 내게 주어진 심장 두 쪽과 우주 가까이 향해 있는 머리를
끈임 없이 불태우고 쉴 새 없이 생각하여
생에 가장 소중하고 아름다운 것을 남기고 가기를 원합니다.
하늘은 공평하여 사람에게 많은 능력을 주지 않는다고,
그래서 오늘의 부족함으로도 내일을 성내지 않기를 바라며
노을을 향해 걷고 있습니다.
西天의 노을빛이 물들어 갈 때 사랑하는 사람과 다정한 어께 맞대고 
살며시 끌어안은 가슴끼리 시원하게 불어오는 산마루에 올라서고 
싶습니다.
그대가 보고 싶어도
그대가슴에 천천히 다가가 살며시 끌어안는
겨울이라도 좋겠습니다.
그대를 보고 돌아 서는 시간, 내가 오래전 보았던 그 노을빛처럼 
그대가 그리움의 눈물이 되면 가슴으로 담아 어느 한 구석에 모퉁이에 
모아 두려 합니다.
오래도록 내 가슴에 그대가 머물기를 바램이 라서 그렇고,
보고 또 보아도 그대 하나만으로도 행복해하며
그가 지어주는 미소 그 하나만으로도 흐뭇한 그대가 되고
그대 가슴에 인생의 흐뭇한 향기로 찾아와 변하지 않는 그대 가슴에 
소박하게 자라고 있는 한 그루 푸르른  나무가 되려 합니다.
요즘에는 연리지가 없다고들 합니다.
그러나 나는 연리지를 믿고 있으며 근래에도 아름다운 연리지는
어느 이의 가슴속에 살아 커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따라 죽음의 길을 선택을 하는 것,
살아생전에 맺지 못 할 사랑을 끝까지 따라가 맺고 싶어 하는
참 아름다운 연리지 입니다. 그러나 영혼이라는 존재는 의미가 없습니다.
이승과 저승에서의 인연은 또 다른 인연이 되며, 또 다른 생활이 되기
때문입니다. 이승에서의 사랑과 삶, 우리에겐 그 뿐 입니다.
서로 다른 심장이지만 그것이 서로를 보며 서로를 느끼고 서로의 귀함을 
느껴가며, 서로를 위하여 비판없이 하나로 모아지는 것입니다. 
누가 먼저가 아닌, 내가 바라는 사랑이 연리지와 같은 사랑을 원했기에 
나무가 되려고 하는 것 입니다.


                                       錦袍 권영의<<새벽별에세이>>

                                       2008년 11월 22일 錦袍 권영의-

♬You Need Me-남택상 피아노연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