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강변에서


 

                 錦袍 권영의



정적이 흐르는 곳에

침묵이 있되 고요하지 않으며

함성이 있되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길고 긴 강물은

뱀의 허리를 구분 할 수 없을 듯

안개 속으로 끝없이 이어지고

요동을 칠 듯 말 듯 한 강물은

고요 속에 펄떡인다

오고 가는 이 없는 텅 빈 강엔

흰 두루미 황새만이 하늘 길을 열어

자유로이 넘나들고

마른 침 만을 꿀꺽 꿀꺽 삼키고 있는

집시는 강물 속으로 잠겨든다

황토 빛 물결 넘실거리는

강 건너 저 땅위에

봄은 언제 찾아오려나

보고 있어도 보이지 않은 땅,

눈 먼 봉사의 외침소리 만이

안개 속으로 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