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


                        錦袍 권영의         

 
지리산 천왕봉으로 올라가는 길엔
삶을 말해주지 않는 바위와
여전히 대답 없는 천년송 사이를 두고
억척스럽게 산을 타는 아버지들이 있다.
해는 져서 어둠은 안개 맺혀도
삶은 차마 생각만으로 
하늘 문을 쉽사리 허락 하지 않는다.
하늘과 땅이 一直(일직)으로 이어지는 
巖壁(암벽)을 올라가는 일은 분명 언제나 높고 멀고 
평탄을 주지 않는 끈질긴 역경은 칭칭 동여맨 칡과 같이 
잎이 지고 줄기가 타고 
육신의 끝자락은 구룡의 물 한 바가지로 
뿌리를 두고 멀어져
멀어지는 만큼 아들딸이 잘되라고
꽃이 피는 날에나
꽃이 지는 날에나
膏汗(고한)이 진토 되는 저 산마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