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제


                  錦袍 권영의


이웃집 아낙이 새벽을 깨운다.

구수한 된장냄새가 사립문을 넘어

싸리비를 들고 들어 올 땐

새벽이슬을 품은 치맛자락처럼

무거워 보일 때도 있다.

다행인 것은

섣달 밤

찬장 모퉁이에 있던

도마가 여인의 얼굴과 마주 하고 있을 것 같고

앉아 있을지도 모를

선비의 올곧음도 반듯한

두부 한모가

도마 위에 모셔져 있고

가녀린 여인의 손아귀에 쥔 그것이

붓이던 칼날이던

냉정한 아침을 가르지 않아도

밤부터 새벽까지 비어 있는

빈속에 들어와 비질을 하고 있기 충분 하였다.

새벽별이 사라지고

두부 장수 종소리 멀어져 가도

냄비소리 그치면

여인아, 여인아,

새벽바람에 달려가는

저 두부 장수 울고 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