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소리

                                                            홀뫼  이근모 


하나의 빗방울 소리만 들어도

책장을 넘기는 입술만큼이나 좋아

세수 대야에 낙숫물 떨어지는

댕그랑 소리만 들어도 음악처럼 좋아

온통 지붕을 때리며 좔좔 쏟아지는 소리에

물통을 놓고 받아보는 것도

논배미 넘치는 물꼬소리처럼 요란해서 좋고

 

동토의 죽어있던 땅에서

빗방울 방망이질 소리에 물거품들이 돋아나

개구리 소리주머니처럼 와글와글 놀고

쌓인 먼지덩어리 말끔하게 씻어내는

물총 쏘는 소리 좋아

 

빈 땅 덮어나가는 연둣빛 길

꽃들이 목욕재개 립스를 바르고

천둥번개 폭죽 소리에

귀걸이 목걸이 흔들어대며

합동결혼식장에 나갈 아우성소리

너무너무 좋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