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려니 숲길

                                                 홀뫼   이근모

 

소나무와 잡목림이 어우러진 숲길

끝없이 펼쳐진 삼나무

군데군데 모여 있는

앉은뱅이 시누대밭

 

늙은 고목과 돌멩이들이

온몸에 이끼 옷을 가득입고

원시림 몸빛을 보여주고

제주해녀 숨비소리가

호호 천년세월을 가꿔놓아

걸어도 걸어도 다시 돌아보아도

천혜 속 태어남이 자랑스러워지는 숲

 

제주를 친친 두른

큰 바다 수온이 포말泡沫안개를 가득 머금어

만 가지 잡목림 아래 다양한 잡초들을

어루만져 키워온 천년지기 숲길

 

햇빛도 들어올 수 없어

수줍은 눈웃음만 던져볼 때

그 숲속 그곳에

가을단풍 곱게 물들어

스쳐가는 구름들이

치맛바람 흔들어보며 좋아하네

 

아 태고의 몸뚱이들이

비밀 숨긴 응달 속에

습기 많은 짙푸름을 친친 감아놓아

세계 숲길 중에

또 하나의 명품 숲길을 만들어 놓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