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근 모

알밤 줍기

 

텃새와 철새들이 숲속에

둥지 틀고 알을 낳아

억수로 산란하여 주었었다

 

춘분이 지나고 한로가 돌아오는

이 풍요의 가을날

이제는 밤 밭에서 알밤들이 억수로 쏟아진다

우두둑 우두둑 굴러 떨어지는 알밤으로

정수리를 얻어맞으며

탱글탱글한 알밤을 줍는다

 

동식물 양대 씨알을 위해

날개와 잎새의 춤사위를 휘날리며

얼마나 많은 여름 삶을 노래 불렀던가

산새들이 알을 낳아주던 그 산에서

나는 알밤 망태기를 걸머메고

산에서 내려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