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로
                                             홀뫼 이근모

서풍이 손뼉 쳐
은물결 반짝반짝
흙탕물 가라앉히는 날

토란 잎이 백로를 굴려
금년 농사가 풍작인지 흉작인지
점괘를 쳐 주네

비구름 수건으로
열대야 눈곱을 해지도록 닦아낸
높은 하늘 별들이
정신 든 내 눈망울처럼
초롱초롱 빛나네

불쾌지수 많은
먼먼 잠자리에
임의 웃음 입술이 백로 구슬을 달고 와
이부자리 끌어올려 단잠 재워주시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