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름우는 배달의 넋



                                                                 一 石 

태안의 검은 물결

장안의 검은 불길


재앙을 내리면서

거두어 간 솟을 추녀


우리가  

하나일 것을

일깨우는 경종소리


갯벌에 실린 손길

불길에 쏠린 눈길


애뜯는 가슴앓이

소름우는* 배달의 넋


우리가 

하나인 것을

일깨워 준 통곡소리.


* 소름우는: 소름 끼치도록 깊고 그윽하게 흐느껴 우는

 

 # 태안 앞바다의 유조선 씨푸린스호를 명중시킨 삼성의 인양선은 말이 없었다. 시커먼 기름을 뒤집어쓴 갯벌에서 마지막 숨을 헐떡이는 물새의 안타까운 모습을 보는 국민은 어민들과 함께 통곡할 수밖에 없었을 게다.

 수많은 자원봉사자들의 물결이 검은 바다에 하얗게 덮일 무렵 장안에서는 뜻밖의 재난이 일어났다. 우리 민족의 자존심인 국보 1호 숭례문이 화염에 싸여 전 국민의 시선이 한데 쏠렸고 다함께 울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도 소방관들의 소화활동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고 숭례문은 재로 변하고 말았다.

 뜻밖에도 화재 원인은 한 광인의 방화로 확인됐다. 이 두 사건이 10년 만의 정권 교체를 앞두고 일어났다. 그래서 그런지 누구 하나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틀림없는 인재임에도 말이다. 다만 일터를 잃은 어민과 해안가의 주민들만이 울고 있었고, 잿더미가 된 숭례문 앞에 밀려드는 조문객들만이 시선을 끌었다.

 이 두 사건은 조금만 조심했으면 능히 예방할 수 있는 인재임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는 점과, 전 국민이 함께 울 수밖에 없는 기막힌 사건이지만 뭣처럼 전 국민의 뜻을 한데 모을 수 있는 게기가 됐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그런 까닭에 필자는 두 사건을 묶어서 한 편의 시조를 엮어보기로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