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껍아, 두껍아!

                                                              詩 / 香爐 선중관



              지금도 너 거기 있니?
              비 올 것 같은 흐린 날이면
              그때 그 개울가 모래밭을 잊지 못하지.
              시커멓게 그을린 벌거숭이 녀석들
              손등 가득 모래 얹어놓고
              꼭꼭 눌러 모래성을 쌓았지.
              그러다
              뒷산 너머 먹구름 비바람 몰아쳐 올 때
              팽개치듯 버리고 온 모래집
              비오는 날이면 그때를 잊지 못하지.

              두껍아, 두껍아!
              헌 집 줄게 새 집 다오.
              다시 찾은 내 고향 개울가엔
              사늑한 모래밭도
              벌거숭이 꼬마들도
              굽이굽이 노래하며 흐르던 시냇물도 간데 없구나.
              오염된 폐수만 먹물처럼 고여있는 개울가엔
              옆구리 터진 냉장고
              유리 깨진 수상기
              일그러진 집기(什器)들만 송장처럼 누어있고
              검은 비닐봉지는 까막새처럼 곡예를 하는구나.

              두껍아, 두껍아!
              너 지금도 거기 그대로 살고있니?
              썩은 땅,
              썩은 물 가져가고 옛 것 도로 다오.
              송사리 피래미 잡고 놀던 내 고향 개울물
              동네 녀석들 떼지어 물장구 치다 나와
              조약돌 귀에 대고 깨금 발을 치던 곳.
              두껍아, 두껍아!
              헌 땅 줄게 새 땅 다오.
              두껍아, 두껍아!
              썩은 물 줄게 새 물 다오.

                                               月刊『한올문학』2006, 5월.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원본크기로 보실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