봇담 길

                                홀뫼 이근모


웅천 성동리

고모네 집에 갈 때마다

화산 모퉁이 백장산 그늘아래

큰 봇 담 길을 건너가야 했다


아득한 보洑를 타넘는 물줄기들이

일제히 흰 거품을 내뿜으며

어지럼증을 일으킬 때

바짓가랑이 장딴지까지 걷어 올리고

이기 낀 디딤돌을 밀어 디디며

아슬아슬 건너다니곤 하였다


비가 많이 내려

시냇물이 불어나

그마저 건널 수 없게 되면

백장산 바위 산자락 억새풀 휘감기는

돌밭 길 꼬불꼬불 오르내리며

멀리멀리 돌아다녀야 했다


한쪽은 담수호 같은 검푸른 물바다

한쪽은 폭포처럼 쏟아지는 물줄기

뒤뚱대는 디딤돌에 가랑이를 적시며

봄여름 가을이 가도록

죽자 살자 고모 집에 건너다닌 봇담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