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날의 추억


                                    홀뫼 이근모

옷을 훌훌 벗어던지고

바다와 계곡 속 풍덩풍덩 뛰어들었다

아득하게 치솟은 왕 대순을 올려다본다

멀리 벋어나간 넝쿨을 따라가 본다

장마 비에 넘실대는 강둑을 걸어본다

벼이삭 꽃피는 들길을 걸어간다

정강이에 풋 열매 부딪치며 밭둑길을 간다

이웃집 가다가

벌거숭이가 많아 되돌아왔다

분지위에 올라갔다가

천둥번개에 놀라 도망쳤다

벌떼에게 쫓겨 닭소리를 내며 풀숲에 코를 박았다

길가에 나온 뱀 꼬리를 밟고는

용수철처럼 뛰어 올랐다

개구쟁이들이 얽어놓은

풀 올가미에 넘어져 깔깔 웃어봤다


가슴을 열고 마냥 바람을 일으켜보는 곳에서

풋풋한 살 냄새가 한 겹 사이 붐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