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 뒤

                                                          홀뫼   이근모 


지속적인 물 폭탄 장마 비에

이삭 나오는 벼 포기가 깎여나가도록

구릉 전체 논두렁이 줄줄이 넘어갔다

 

이제는 장마 끝나 이삭 나오는 땡볕엔

논물 가둠이 절실하건만

논두렁 쌓아올릴 엄두를 못내

그냥 방치해버린 논배미마다

논바닥이 허옇게 말라들어 간다

 

알맞은 장마 비였다면 좋았으련만

토사 쓸어 덮은 물 폭탄에

논두렁 일제히 뭉개졌으니

비온 뒤 가뭄 드는 안타까움이어라

 

탄저병 맞은 고추밭

논두렁 타넘은 토사

반 수확도 못나오는 작황에

고라니만 좋아서 뛰어 다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