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오는 날

                                        홀뫼  이 근모 


하얀 의복을 입혀주며

흰 모자를 씌워 줘

백야의 채비를 차리고

하얀 자국을 내며 걸어간다

 

자취의 정표가 없는

검은 흙길 위에

눈물방울이나 적시며

얼마나 많은 고독의 길을 걸어 왔던가

 

오늘은 티끌 하나 없는

온 누리에서

그대 향한 투명한 자국을

끝없이 보여주는 날

 

못 다한 순백의 그리움을

두 손 안에 꽁꽁 뭉쳐

전신을 짜낸 정표의 뭉치를

힘껏 던져

사랑덩어리 선물하는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