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잘라버린 가지 사이로 새순을 돋아 끈질긴 생명력을 보여주는 나무.
     온갖 상처 속에서도 그 나무들이 가을을 맞습니다.

      상    처

                                                                               詩 · 사진 / 香盧 선 중 관



      깊게 파인 나무의 상처에서
      진물이 흐르고 있다.
      아픔의 하소연도 고통의 신음소리도 없이
      나무는 통증을 묵묵히 견디고 있다.

      작은 벌레들은
      나무의 아픔은 아랑곳없이
      진물을 빨기 위해 모여들고
      나뭇가지엔 여전히 온갖 새들이 찾아온다.

      나무의 생채기는 아픔의 흔적이라기보다는
      자신의 진액을 내어주는 희생인 것이다.
      작은 것들을 보듬어 안아 다독거리는
      사랑인 것이다.

      그래, 상처 없이 아픔 없이
      저 푸른 잎,
      실한 열매를 어찌 맺을 수 있으리.
      온갖 상처로 얼룩진 우리의 생(生).
      살면서 얻은 그 아픔들은 아픈 흔적이 아닌
      내 삶의 굴곡마다 단단히 잡아주는
      옹이 같은 것.

                                        월간『시와 글사랑』2006. 10월호.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원본크기로 보실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