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불고 비오는 밤

                                                                시 / 향로 선 중 관


        바람 불고 비오는 밤
        천둥소리에 놀라 창을 엽니다.

        먹구름이 드리워진 어두운 창 밖으로
        번개의 섬광이 하늘을 가르고
        어둠 속에 묻히었던 산자락은
        도화지의 빛 바랜 스케치처럼 깜박거리다
        이내 사라지고
        내 가슴 속 깊은 곳엔
        당신의 그 찬연한 빛이 내려
        아무리 작은 내 그늘도 도저히 숨길 수 없습니다.

        혼자서 꾸미고 계획한 일.
        부끄러워 감추고 싶었던 은밀한 일들이
        결국 당신으로 인하여 샅샅이 드러나고
        그 빛 앞에 언제나 난 작아집니다.

        어둠이 짙을수록 빛은 더 밝아지듯
        이 마음속에 비바람 먹구름 일어 어두울 때
        당신은,
        섬광처럼 번쩍이는 사랑으로 다가오십니다.

                                 계간『오늘의 한국크리스천문학』2007. 가을호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원본크기로 보실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