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쓴 편지         

                                    엄원용

나 처음으로 편지를 쓰네.
나의 안부를 전하고 그대 안부를 물어 보네.
이제는 아득히 먼 옛날 일처럼 되어버린 일과,
벌써 수십 번 꽃잎이 피고 졌다는 이야기를 쓰네.
사랑하고 미워하는 일이 지나고 나면
어쩌면 아주 사소한 일이라고 쓰네.
지나간 세월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쓰네.
 까마득히 잊어버린 일이었다고 쓰네.
나 처음으로 편지를 쓰네.
차마 잊을 수 없는 사람에게 편지를 쓰네.
혼자서 사랑의 편지를 쓰네.


 2010. 7.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