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사소한 것들   
                   
                      엄원용
           
우리들의 일생은
아침이면 눈을 뜨고
비바람이 불고 낙엽이 지는 거리에서
서로 다투고 사랑하는
아주 사소한 것들의 연속이지만

번번이 약속을 지키지 않고
안전거리를 무시하고 
아침부터 기진맥진하는
아주 사소한 부주의나

한 달간 책을 읽지도 않았고
또 깊은 명상에 잠기지도 않았다 해서
갑자기 큰 일이 일어나는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바람처럼 스쳐버리는 아주 작은 일들이
결정적인 날이 오면
그것이 구름이 되고 천둥이 되고 비가 되어
슬픔의 뿌리가 된다는 것을

꽃이 시듦은 그것이 금방 비가 오지 않고
뜨거운 태양에 지쳤기 때문이 아니라
스쳐 지나가는 아주 사소한 것들이 쌓인
그 무게를 이기지 못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