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부 그리고 오징어

                                    엄원용


처음으로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가 보았네

바다는 번쩍이는 전조등으로 빛나고 밤하늘은 별빛으로 가득 찼었네.

바다가 하늘인지 하늘이 바다인지 전혀 알 수가 없는데

걸려 올라오는 오징어 한 마리 더럽게 재수 없는 놈이었네.

바다는 대낮처럼 번쩍이는데 어쩌자고 갈고리를 물어 인생을 망쳐놓았나

누구는 잡아 올리고 누구는 잡혀 올라오고.

저 어부도 바다가 아닌 곳에서는 대낮에 갈고리를 물다가 오징어가 될 수 있겠다. 오징어처럼 대롱대롱 매달리는 인생이 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