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 천지天池에 올라 
  

                                 엄원용

백두산 천지에 올라 두보의 ‘등악양루’를 떠올렸네.

아무렴 ‘동정호수’1)가 이만할까

정말 아름답다는 생각을 하다가

순간 내가 서 있는 땅의 처지를 기억해 내고는

푸른 호수 물을 들여다보고 이 기막힌 사연을 물어 보았네

‘오와 초가 동남쪽으로 갈라져 있다’2) 했으나

천지天池는 땅도 아닌 물인데,

어째서 남과 북으로 경계가 나 있어야 하는가.

호수는 철썩이는 소리로 내게 속삭여 주었네.

그대가 발을 중국 땅에 딛고 서서

여기까지 걸어 들어온 게 답이라고 말해 주었네

그때 나는 중국 땅 천지 바위 꼭대기에 걸터앉아 

울고 지나가는 차가운 바람소리를 들었네

아, 어쩌자고 날씨마저 나의 가슴을 후비는가

오늘은 팔월 스무여드레 아직은 여름 끝물인데

왜 진눈깨비까지 겹쳐 이리도 차갑게 내리는가


1) 두보의 시 ‘등악양루(登岳陽樓)’에 나오는 중국 호북(湖北)성과 호남(湖南)성에 걸쳐 있는 큰 호수

2)두보의 시 ‘등악양루(登岳陽樓)에 나오는 시구(詩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