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원용

옛날에 아버지를 따라 장에 가는 길에 황톳길로 김장용 무며 배추를 가득 싣고 가는 마차 뒤를 졸졸 따라간 적이 있었다.

마차는 조금씩 삐거덕 소리를 내면서 울퉁불퉁한 길을 그래도 잘 굴러가고 있었다.

어쩌면 저놈들도 그것을 아는지 무는 무대로 배추는 배추대로 제각각 머리끼리 맞대고 몸뚱이를 휘감으며 서로 떨어지지 않으려고 있는 힘을 다해 꼭 붙들고들 있었다. 그래서인지 시장에 도착할 때까지 한 놈도 낙오자가 없었다.

뭐 잘난 것 하나도 없는 주제에 어찌 어찌 몸을 숙이고 손을 내밀어 서로 붙들고 가지 않으랴. 울퉁불퉁한 황톳길로 삐거덕 소리를 내면서 걷는 우리들이 아니냐? 그래도 용케 여기까지 살아 온 것이 아니냐? 그래야 낙오가 없을 것이 아니냐?

2011. 11.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