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원용 //

춘천에 갔다 돌아오는 길에 북한산 밑을 지났다.

산의 계곡 아래쪽으로는

단풍이 다투어 제 몸을 불태우고 있었다.

그러나 등성이 위쪽으로 올라갈수록 나뭇잎들은

이미 제 빛깔을 잃고 바람에 우수수 떨어지고 있었다.

가을이 깊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이제 나뭇잎들은 여름날의 찬란했던 그 빛깔들을

가볍게 내려놓고 아주 홀가분히 제 갈 길을 가고 있었다.

참으로 아름다운 작별이었다.

한 때 온 몸을 감싸고 있던 붉고 푸르던 빛깔들이

차츰 그 빛을 잃어 다해 갈 때쯤이면

우리도 떠나야 하는 단풍이겠거니

그것은 참으로 아름다운 이별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버스가 지나는 북한 산 길

노을이 지는 나무 사이로 단풍이 곱게 물들어가고 있었다.

2011. 10.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