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박밭에서
                                              엄원용                                   

저렇게 가늘고 작은 줄기에서 어떻게 이런 큰 수박이 열릴까 생각을 해보다가, 그렇지 않고 만일 나무에서 이런 것이 열린다면 무게에 눌려 가지가 찢어지고, 낙하하는 그 순간 그만 박살이 날 텐데 하고 생각을 해 보면서도,
박토(薄土)에 실뿌리 박고, 이슬 비 받아먹고, 바람 쐬며, 뙤약볕 아래 세월 두고 감당키 어려운 무게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은 바로 그것을 받쳐줄 넉넉한 땅이 있기 때문이리라.
정말 아주 사소한 일일지라도, 눈을 다시 크게 뜨고 보면 놀라운 일들이 한 두 가지가 아닌데, 지구 어느 한 구석에서 살아 숨쉬는 어떤 것인들 그렇지 않은 것이 없다는 것을 생각하면  또 한 번 놀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