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불러주기       
                              엄원용         
               
우리가 서로
아득한 거리에서
잠깐 스치고 지나간
메마른 거리에서
그 이름 조용히 불러 본다면
그것은 정말 행복한 일이다.

그리운 이의 얼굴도
전혀 기억할 수 없는 얼굴도
문득 떠오르는 이름 하나로
그 이름 조용히 불러 준다면
나는 그의 사랑이 된다.

지난 날 아주 사소한 일로
얼굴을 마주한 일이 있어도
좀 더 너그러운 마음으로
조용히 그 이름 불러 보라

미움과 증오는
한갓 흘러가는 검은 구름
지나고 나면
맑게 갠 푸른 하늘이 보인다.

사랑이란
일상생활 가운데
아주 작은 가슴으로
그의 행복을 생각하는 것.
그 이름을
조용히 불러주는 일이다.

 2005.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