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원용

 

어느 날 딸이 친정에 와서

설거지를 하다가 물은 말.

 

- 어머니, 왜 이렇게 사세요.

이젠 가볍고 깨끗한 그릇으로 바꾸세요.

분위기가 훨씬 달라질 거예요.

 

이 때 어머니가 대답했다.

 

- 이 그릇이 어때서야

벌써 60년 넘게 써온 것들이야

그래, 네 말대로 나도 가끔은

내 그릇을 다 바꾸고도 싶어야

그런데 바꿔지지 않는 것은

나는 이 그릇들이 맘에 들어야

낡고 좀 무겁긴 하지만

지금까지 흔들리지 않고

중심잡고 잘 살아왔어야

요새 것들은 든 것 없이

소리들만 요란하지 가벼워 못써

얄팍하게 모양새만 자꾸 바꾸려 하지

그래서 잘 깨지는 모양이야

그릇은 무게가 좀 있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