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에 대하여

                                         엄원용

가난이 무엇인가를 잠시 생각한다.

 

누덕누덕 기운 옷을 입고 다 떨어진 신발을 끌며

양혜왕(惠王)을 찾아간 장자를 생각한다.

초라하기 그지없는 장자에게 왜 그리 피폐하냐고 물었다.

선비로서 도덕을 알고도 행하지 않는 것이 피폐한 것이지,

기운 옷을 입고 헌 신발을 신은 것은 피폐한 것이 아니라고 했다.

 

족한 줄 알고 가난을 노래하는 사람은 그 누구인가!

, 한 개의 도시락밥과 한 잔의 표주박 물에도

부유함을 아는 이는 또 얼마나 행복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