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원용
 

 

- 아니, 이게 누구야?

- 그래, 반갑다.

 

우리들의 만남은 늘 이렇게

‘반갑다’로 시작한다.

악수를 하고, 더러는 포옹을 하고

그리고 잠깐

옛 추억 속으로 같이 기어들어간다.

 

그것도 잠깐 동안이다.

자리를 잡고 마주앉아, 커피를 시켜놓고,

다시 현실로 U턴하게 되면

먼저 옷을 훑어보게 되고

서로 얼굴을 찬찬히 뜯어보게 되고

주름살을 발견하게 되고

야박한 상상을 하게 되고

갑자기 슬프고도 낯선 얼굴이

세월의 그림자로 다가와

마주한 현실 앞에서 각자 그림을 그린다.

그리고 아주 조금씩

진실에 플러스해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러면 조금씩

마이너스해서 이야기를 듣는다.

 

- 그래 잘 됐구나!

- 너도 보기가 좋구나!

 

그러면 우리의 거짓은 갑자기 진실이 되고

진실은 갑자기 꽃이 피고 열매가 열린다.

 

돌아오는 길

‘그래 그렇게 잘 살고 있다 이거지.

그런데 조금은 마이너스해야 될 거야.

나도 그렇게 플러스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