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부와 놀부

                                              엄원용

 요즈음 아이들에게 흥부와 놀부 중 누가 더 좋으냐고 물으면 한결같이 놀부가 더 좋다고 말한다. 왜 그러냐고 물으면 요즈음 세상에는 흥부같이 무능력한 사람은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그래도 착하고 우애가 깊지 않느냐고 말하면 우애가 밥 먹여 주지 않는다고 말한다.

 맞는 말이다. 요즈음처럼 살벌한 경쟁의 시대에 흥부 같은 사람이 있다면 굶어 죽기에 꼭 알맞다. 학벌도 경쟁이요, 실력도 경쟁이요, 건강도 권력도 모두 경쟁이다. 경쟁에서 이기는 사람은 살아남고 경쟁에서 지는 사람은 결국은 낙오자가 된다.

  그러나 나는 아직도 흥부가 좋다. 우선 형을 끔찍이 아끼는 마음이 좋고, 착한 마음씨가 좋다. 잘 살고 못 사는 것은 그 다음의 문제다. 지금보다 다소 못살아도 좋으니 형제간에 서로 위하고, 서로 염려하고, 서로 사랑을 나누는… . 그런 탓인지 나는 아직도 심청이 같은 효녀가 좋고, 춘향이 같은 열녀가 좋다.

 요즈음 아이들은 너무 영특하다. 좋은 일에, 건설적인 일에 영특한 것이 아니라, 이기주의에 너무 밝다.

 너무 개인주의다. 이제 4촌이나 6촌 8촌은 잊은 지 오래 되었고,  부모 형제끼리도 재산 때문에 다투고, 재산 때문에 갈라서는 세상이 되었다.

  우리나라도 살만큼 산다. 더 이상 잘 살지 않아도 좋으니 서로 사랑하며 배려하며, 사랑과 정의가 하수처럼 넘치는 나라. 윤리와 도덕이 바로 서서 인간답게 사는 아름다운 나라가 되었으면 좋겠다.


                2006.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