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바람 들어보는 것도

                           엄원용 

어느 날 갑자기

서걱서걱한 도시가 신물 나거든

살금살금 전해 오는 연분홍빛 꽃바람 쐬러 오라.

2번 국도를 따라 아주 천천히 오라

얼마나 기다리던 봄인데

제발 여기서까지 서두르지 말고

2번 국도가 싫으면 3번 국도를 타고

그것마저 싫으면

어느 고장 벌써 꽃이 피었다는 소식을 따라

아주 천천히 오라

예쁜 매화 꽃봉오리 터지는 소리에

여인네 화사한 치마 꽃바람 속에 날리고

매화 다음엔 배꽃이 벙글고

그 다음엔 벚꽃이 화사한 웃음으로 피어

주체할 수 없어 뻗은 가지마다

다투어 손짓하며 히히덕거릴 때

어느 하루라도 무거운 짐에 신물 나거든

꽃처럼 풋풋한 인심들을 보러 오너라.



2008.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