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원용

    


 

나는 안다.

지금도 누군가 나에 대한 소설을 쓰고 있다.

사소한 일까지 하나하나 기록하면서

한 권의 책으로 엮고 있다.

그는 벌써 나를 두 번 암에 걸리게 했고,

세 번 수술하게 했다.

한 번 이혼하게 했고,

지금은 혼자서 살게 하고 있다.

두 아이의 아빠로 혼자서 키우기가 너무 외로워

결혼을 하고 싶었는데 번번이 거절당했다.

혼자 사는 것이 더 독자들에게 재미있는

이야깃거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나는 지금 평범한 금융회사에 근무하고 있지만

언제 또 거기에서 그만 두게 할지도 모른다.

‘해고’ 두 글자만 종이에 쓰면 된다.

이 무저항의 처절한 현실 속에서

앞으로는 이야기를 좀 더 잘 써달라고

부탁하고 싶었으나 그 마저도 할 수가 없다.

내 이야기를 어떻게 쓸지 앞으로가 궁금하다.

분명한 것은 그가 소설을 마무리를 지으면

나의 인생도 주인공의 운명처럼 끝이 난다는 것.

멋있게 끝이나 맺어달라고 말하고 싶다.

내 삶이 조종당하고 있다고 느낄 때마다

픽션이 아닌 팩트라고 말하고 싶으면서도

픽션과 팩트의 이 모호한 경계에서 헤매고 있다.

 

2013.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