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추위

                                                 홀뫼     이근모

온 대지 위에

초록의 힘을 밀어 올리던

숲과 풀잎이

생죽음을 당하고 있습니다

 

철새들이 날아갔습니다

매미들이 죽었습니다

고추잠자리도 죽었습니다

풀벌레 한 마리 혼자 남아

아득한 구멍 속에 숨어

마지막 슬픈 소리 들려줍니다

 

햇살 지워진 언덕 위에

된서리 맞은 풀잎을 밟고

빈들을 바라보다가

초록 잎과 꽃단풍 날려버린

갈색 오솔길에서

옷깃 여미는 초라함으로

낙엽과 함께 이 가을을 떠나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