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춘立春

                                                              홀뫼  이 근 모 


혹독한 칼바람 속

동지冬至의 반환점을 돌아

발밤발밤 다가온

남쪽 해가

처마 끝 고드름을 뚝뚝 떨어뜨리며

내 이마를 따끈따끈 쬐어준다

 

겨우내 쇠눈 되어

한 번도 녹아보지 못한 잔설殘雪

추적추적 울뱅이 되어

개미귀신 구멍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배고픈 겨울철새 떼들이

얼음판에 모여 앉아

연못만한 물구멍을 들여다보며

자맥질 먹이 공간을 돌려 달라

항의집회를 외칠 때

입춘이 와서 해빙기解氷期를 선언해준다

 

立 春 大 吉

나는 우리 집 문간에

정말로 커다랗게 써 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