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목발

                                                  홀뫼  이근모 


아내가
7개월 만에

병원에서 퇴원보따리 싸들고

목발을 짚고 집으로 돌아온다

위태롭게 절뚝거리는 아내의 뒷모습은

저승길 문턱처럼 격렬하다

 

늘그막의 황혼 길은

정영 따로따로 가는 길인가

부부의 길이 갈리는 황혼 길에서

아내가 가는 길을 가만히 불러본다

 

손발 넷 중에

어느 한쪽도

구원의 손발이 되어주지 못하는 나는

너무나 불가항력적으로 무력하다

일심동체 부부로서

칠십년 동안 함께 살아왔건만

혼자 가는 길이 눈앞에 전개되고 있구나

 

길이여 길이여

따로따로 떠나가는 황혼黃昏길이여

이제는 소용없네

칠십년 지기 부부라도 이제는 소용없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