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그림자
엄원용아버지가 장에 가시는데
나는 뒤를 졸졸 따라갔다.
찬란히 비친 태양 아래
장대같이 크신 아버지의 그림자가
어찌나 길게 뻗쳐 그늘을 지우고 있던지.
그 그림자에 묻혀 나는 보이지도 않았다.
가끔 힐끗 힐끗 뒤를 돌아보시는 아버지
이 녀석아 빨리 따라와 사내놈이 그러믄 못써
그 무거운 말씀 한 마디에 달리다시피 걸었으나
아버지의 발걸음 자동차만큼이나 빨랐다.
2011. 8.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