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들 제 인생이 마음에 들겠어?
엄원용
어느 유명 탤런트의 대화 한 장면이 생각난다.
“아버님 제 인생이 마음에 안 들어요.”
“누군들 제 인생이 마음에 들겠어? 그러지 말어.”
“중학교 간신이 졸업하고, 철공소 직공으로, 인쇄소 출판공으로, 운전기사로, 그렇게 한 평생을 사신 아버님 말씀을 나는 안다.
누군들 자기 인생이 마음에 들까. 그런 사람이 몇이나 될까. 알면서도 나는 내 인생이 마음에 안 든다.”1)
나도 내 인생이 마음에 안 든다.
왜 자꾸 후회가 되는지. 왜 자꾸 서러워지는지
머리에서 발끝까지, 지나온 발자국까지도 죄다 마음에 안 든다.
부질없이 뜬눈으로 밤을 새우고. 부질없는 꿈을 꾸고 또 꾸었다.
그러지 말어.
누군들 제 인생이 마음에 들까. 그런 사람이 몇이나 될까
그러면서 사는 것이 인생인 것을. 그러다가 누구나 가버리고 마는 것을. 누구도 뾰족한 다른 수가 없다는 것을.
뼛속에 스며들어 후비어 놓는 이 말 한 마디
나도 이젠 누군가에게 이런 말을 해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누군들 제 인생이 마음에 들겠어? 그러지 말어.”
1)주말 연속극 ‘엄마가 뿔났다’의 대화의 한 장면
2008.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