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창(梅窓)의 무덤 앞에서
엄원용
부안읍 중동리 봉덕 공동묘지 서남기슭
비좁은 묘역에 ‘明媛李梅窓之墓’
묘지 하나 덩그러니 세워져 있네.
늦가을이라 봉분은 황토 흙이 드문드문 드러나고
봉분 덮은 마른 잡초 위로
서글픈 구름만 한 점 말없이 흘러가네.
애별리고(愛別離苦)라 했던가.
세월이 흘렀어도
부안 고을 마당에는 여전히 ‘梨花雨 흩뿌리고’1)
梅窓은 유희경(劉希慶)과 ‘울며 잡고 이별’2)하고 있네.
해마다 ‘시냇가의 실버들’ 휘늘어지고 봄꽃 ‘시름’을 못 이겨 시들어갈 때
지금도 ‘오지 않는 임’ 소식에
‘천리(千里)에 외로운 꿈만 오락가락’3) 하고 있나.
‘秋風落葉’4)에 나 지금 그대를 생각하네.
인간사 만남과 이별이 너무 한스럽다 하네.
2014. 10
1), 2), 3), 4) 매창의 ‘梨花雨 흩뿌리고’ 시조의 일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