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태령 송덕비
엄원용
옛날 과천 남태령에 송덕비가 하나 서 있었습니다.
욕심으로 얼룩진 과천 현감을
서울로 전송하면서 아전들이 세운 송덕비였습니다.
현감이 잠시 가던 길을 멈추고 포장을 벗겨보았습니다. 비문에는 ‘오늘 이 도둑놈을 보내노라’1)고 씌어 있었습니다.
현감이 이를 보고 껄껄 웃으면서 그 옆에 한 줄을 더 썼습니다.
‘내일 다른 도둑놈이 올 텐데’2) 현감이 떠나자 아전들이 기가 막혀 또 한 줄을 보태 썼습니다. ‘도둑놈들만 끝없이 오는구나’ 3) 어떤 행인이 지나가다 이를 보고 또 한 줄을 더 썼습니다. ‘세상에 모두 도둑놈뿐이로구나’4)
1) 今 日 送 此 盜 (금일송차도)
2) 明 日 來 他 賊 (명일래타적)
3) 此 盜 來 不 盡 (차도래부진)
4) 擧 世 皆 爲 盜 (거세개위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