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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치
김백
이른 새벽부터 막이 올랐지
사내들의 노랫소리는 파닥거리고
우린 출렁이는 무대위에서
미친 춤을 추었지
툭툭 그물을 털 때 마다
발가벗은 몸의 비늘이 떨어져 나가고
간밤의 숙취가 쏟아져 나왔어
대변항 방파제엔
언제부턴가 녹슨 닻줄 하나 밀려와
밤마다 철썩 거렸지
포장마차 술잔에 떠 다니며
전갈자리 붉은 별점을 치곤 했지
푸른 살점과
한 방울의 뼛물까지 다 우려 내어 줄
시리디 시린 운명을
이 낯선 바닷가에 와서
그물 깁던 아버지는 왜
세상에 갇히지 않은 법을
가르쳐 주지 않았을까
나 이제 캄캄한 소금집에서
순장의 몸을 뒤척이며
얼지 않는 잠 청하고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