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錦袍 권영의
숲속에 서면
누구라도 옷깃을 여미지 않는다.
숲바람이 저고리를 풀어
옷깃을 매만져도
새벽안개 거치고
나목 사이로 해오름이 시작 되면
부스럭 부스럭
나무도 산도 잠에서 깨는 소리
꾀꼬리 한 쌍
휘파람 불며 날아올라
아침이 왔노라
광야에서 솟아 들판을 물들이는
여명의 빨간 숲
오솔길에 친구가 있고
나뭇잎에 속삭이고픈 연인이 있고
나무들끼리 기대어 있는 형제가 있어
어머니와 아버지 살고 있는 듯
한 결 같이 어루만진다
ⓒ2007義權印英 錦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