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이 누나

                                      엄원용

우리 집 옆집에 살던 순이 누나

나보다 다섯 살이나 위인,
얼굴이 배꽃보다 더 곱고 예쁘던 순이 누나
시집가기 전날 우리 집에 와서 내 손을 잡던,
그때 왜 그렇게 얼굴을 붉혔을까

이웃 동네 늙은 홀아비한테 시집간다고
사람들 입방아 찧고 쑥덕거릴 때도
그러면 어떠냐던 순이 누나,
그러면서도 시집가는 날 왜 그렇게도 울어댔을까

어느 해 여름, 불쑥 내 하숙집에 찾아와서는
네가 정말 보고 싶어 찾아왔노라고 씽긋 웃어 보이면서도,
눈가엔 왜 그런 이슬이 맺혔을까 
그리고 왜 하룻밤을 자고 갔을까

눈이 까맣고 마음씨가 비단결 같이 곱던 순이 누나
그 뒤 이혼을 했다고도 하고,
또 어느 젊은 놈과 눈이 맞아 도망쳤다고도 하는데
그게 정말일까
왜 그랬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