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원용

 

사랑은 그저
애써 조각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녀는
날마다 공들여 깎고 또 다듬었다.
그런데 다듬어진 조각은 말이 없었다.

그래서 사랑은
열심히 말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열심히 말을 하게 되자.
이제는 웃음이 없었다.
사랑은 서로 바라보고 웃는 것이었다.

세월은 흐르고 또 흘러갔다.
이제 겨우 웃는가 싶었는데
조각은 어느새 이끼가 끼고 썩어가고 있었다.
그녀도 썩어가고 있었다.

그래서 사랑은 버리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제 사랑은 버리는 것이었다.
그저 훌훌 털어버리는 것이었다.

그녀는 썩은 조각이 묻힌 잔디밭 무덤가에
한참을 울고 울다가 다 털어버리고 일어났다.
사랑은 그저 한 무더기의 흙을
훌훌 터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2011. 11.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