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끝

                                                             엄원용

이름 모를 철길의 끝에서

기차가 끄윽 소리를 내며 멈추자 이내 문이 열리고

손에 보따리를 든 한 여인이 마지막으로 계단을 내려간다.

밖으로 나오기 전에 텅 빈 객실을 한 바퀴 휙 돌아본다.

갑자기 한기가 온 몸을 스쳐 지나간다.

 

지금 역사 밖에는 눈이 내리고 있다.

산머리에 쌓인 눈과 얼어붙은 좁은 길

잠자는 마을로 통한 길은 철길의 끝처럼

막히어 영원히 머물 것만 같다.

지나온 길과 앞으로 더 가야할 길을 생각하며

어쩌면 이것이 긴 여행의 끝이었으면

더 이상 갈 데가 없었으면 좋겠다.

 

거기엔 누군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기다리고,

그것이 아니더라도

내가 보고 싶은 사람이 있을 것만 같은

종착역 한적한 마을. 이제 혼자 남아 있던

그 여인마저 어디론가 종적을 감추어 버렸다.

눈이 날리는 이 추운 겨울에 먹이를 찾아

두리번거리는 배고픈 다람쥐(   )라도 있을 법도 한데,

굴뚝새라도 제 집을 찾아 푸드덕 날아갈 법도 한데

어쩌면 이 적막이 나의 운명을 묶어 놓을 것만 같다.

 

누군가를 기다린다는 것은

이렇게 여행의 끝처럼 적막한 향연이다.

그래, 이것이 나의 발을 꽁꽁 묶어놓았으면 좋겠다.

적막한 이 마을, 토끼 다람쥐  노루(  )와 함께,

온 세상을 무겁게 떠돌다가 다다른 막다른 골목

이제는 조용히 평화와 안식을 취했으면 좋겠다.

온 겨울을 묶어두는 나의 즐거운 운명이었으면 좋겠다.

 

눈은 점점 더 퍼붓고 있다.

2008. 1. 2